서울 | 창백하고 푸른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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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 작성일13-11-29 00:01 조회12,794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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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무도 고독하여 창백하게 식은 돌덩이구나
너의 가슴에 그토록 많은 열정과 애증을 갖고 산다는 것을 저 거대한 우주의 유영속에서
누군들 알 수 있을까
셀 수 없는 욕망과
가슴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가엾은 허세와
하찬은 육체적 쾌락을 사랑으로 번역하게 하는 정신이 사라진 육체가
여기 있다고 누가 여기겠느냐..?
저기 어둠속에서 빛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사랑이므로
이시대가 너를 욕되게 하였다면
시대를 탓하지 마라
못다 한 숨은 말을 불타며 전하려하는가?
말없는 시간은 오늘 간다만
태양은 내일 다시 떠오를 것이다.
저 점을 다시 보라
.
저 점이 여기다.
저 점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점이 우리다.
당신이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 당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한 번이라도 들어봤던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점 위에서 살았다
.
우리의 기쁨과 고통, 수천 가지의 신앙, 이데올로기, 경제 정책,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모든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소작인, 모든 사랑하는 연인들,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자와 탐험가, 모든 도덕적 스승들, 모든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 스타’,
모든 ‘최고위 지도자들’
,
우리 인간이라는 종의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신성한 사람들과 천벌을 받은 사람들이 저
햇살에 떠 있는 티위에서 살았던 것이다.지구는 광대한 우주에서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
하다
.
영광과 승리감에 젖어, 저 점의 조그마한 일부분을 잠깐 동안 차지하는 지배자가 되려했
던 그 모든 장군과 황제에 의해 학살당해 뿌려진 피의 강을 생각해보라.
이 점의 한쪽 구석에 사는 주민들이 다른 구석에 사는, 자신들과 거의 비슷하게 생긴
주민들을 찾아가 끊임없이자행했던 잔혹한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들 사이에 얼마나
자주 오해가 발생했을지.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어
얼마나 안달 했을지.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뜨거웠을지.
- 칼 세이건
( 이사진은 보이저1호가 1990년 5월 태양의 가장 바깥쪽 명왕성 궤도에서 찍어 보낸 창백한 지구의 모습입니다 .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그의 저서 '창백한 푸른점'을 쓰기 위하여 나사에 이사진을 찍어줄 것을 요청하였고 매우 어려운 기술을 동원
하여 보이저호는 이사진을 찍어서 전송했다 합니다)
가을은 갔다
어디서왔는지 아무도 모르고 또그렇게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을은 가고 그들의 잔재만이 그들을 추억한다
풀기죽은 강아지풀의 작은 수염에 이슬이 마르듯이
시간은 사라지고 사랑도 가고.
.
쓸쓸한 그림자만 시간위로 덧 칠
해진다.
바람이 불때마다 이리저리 날리는 핏기잃은
낙옆들은
불과 며칠전까지 뽐내던 붉고 노란 그들의 고요한 빛을 잃고
나목이 된 나무가지에 아슬하게 걸쳐서
서걱거리듯 삶의 애증을 다 버리지 못하고
타는 저녁놀에 그리운 지나온 기억들을 풋풋히 날린다 .
서쪽으로 낮은산등성이가 가려주고 반대편에는 마치 방파제처럼 너른 벌판을막아선 이곳에
갈대속으로 파고드는 여름내 실하고통통하게 살이오른 가을붕어들이 갈대잎사이로
주둥이를 드리밀고 따뜻함과 안온함을 찾아 나설때
어머니가 끓여 주신 무우국은 달디달고
연인이 만들어준 장갑은 따스하기 그지없는그지없는이시절에
저녁바람이 새차게 불때마다 썩어 문들어진 갈대닢들은 속절없이
물속으로 쳐박히곤 한다
눈물을 흘리려 해도 남아있는 애환도 없으므로 눈물은 소리없이 속으로만
저녁놀에 발겋게 타들어 간다
.
썩는 냄새와 그때 나오는 약간의 열기로 떠뜻함을 찾아나선 고기들이 모여든다 .
부천사는송우님, 남양주의 태공님,그리고 영월에 사는 허당파두목..
그는 자기의 수행무사들을 다 버리고
멀리 이곳 서해안 보령 까지 달려왔다
송우님은 제방쪽에 자릴잡고 허당파는 산입구의 상수리나무아래 그늘에 그리고
태공님은 마을을 감싸고 있는 동산의 움푹 들어간 깊은 웅덩이쪽에 자릴잡았다
그러나
...
자연은 기후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모든 준비를 다 갖추었지만 그날 저녁 광풍에 가까운 바람이
...................
저녁노을이 채지기도전에
갈대들의 몸둥이들이 물속에 쳐박히도록 심한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왔다 .
찌를 세우기는 고사하고
노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따스하리란 서해안의 온기는
어둠이 삼켜 버리고 서 있기도 힘들게
거센 바람이 ..밤새 몇개 남은 까치밥이 달랑달랑 메달려 있는 감나무의 여린 가지위를 사정없이
후려치며 허공을 날았다
아직도 겨울은 아니라는듯이
물속의 뗏장은 건재하건만
그 광란의 바람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게 밤세 사람들을 얼게 하더니
드디어 새벽이 왔다
..
의외로 조용한 하늘 언제그랬을까 싶게 창백한 하늘이
바닷가의 너른 창공에 가득들어차고
옥수수며 지렁이며 떡밥이며 주면 주는데로 가리지않고
잡식적으로 받아 먹는다는 이곳의 붕어들...
바로 이녀석이다.
행운을 갖어 준 현지에서 채취한 살이 통통히 오른 새우..
이녀석이 태공님의 바늘에 월척을 유인해 왔다
기대도 하지 않고 새벽녁에 우연히 나간
태공님의 자리에서
낚시대가 부러지라고 힘 자랑하는 그녀석이 나타나 주었다
잡식성 이어서일까
새우에 달려나온 그녀석은 4자보다도 더 힘이 새서 끌어 올리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태공님이 후일담을 자랑 삼아 서울까지 오는 내내 말했다..
침을 튀기며
...
(나두 한번 이런 월척 잡구 싶다... ...)
이 친구이다
.
담배갑은 지저분하지만 크기를 가늠하기 위한 의례적 비교대상이다
색갈은 늠름하고 자세는 의젓하다..
참으로 멋진
...
아침의 조우이다..
댓글목록
정명화님의 댓글
정명화 작성일
주옥같은 조행기 언제봐도 좋습니다.
언제 태공이와 같이 대구로 한번 내려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