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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조행기

대구 | 짬낚! 그 즐거움 Ⅳ(마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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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기언 작성일14-06-30 21:25 조회15,849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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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27. 더운 날씨임에도 가까운 곳으로 출조를 감행합니다. 오후엔 시원한 그늘이 있는 마곡지를 찾아 가보니 배수가 심하여 거의 사수위에 육박한 것 같습니다. 망설였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짬낚에 돌입합니다.
 
처음엔 여기를 던져보니 수심이 낮아 찌가 서지 않습니다.
 
 
 
다음에 연밭 끝나는 지점에 던져보니 역시 수심이 얕습니다.
 
 
물이 빠져도 너무 빠졌습니다. 빙 돌아서 제방 코너바리에 왔습니다. 예전 마곡지에는 연이 서너 포기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연밭이 저수지의 1/4을  차지한 걸 보며 연의 세력확장성이 매우 강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비슷한 경우로 와촌 소월지의 경우도 처음에 무너미 부근에 몇포기 있던 연이 지금은 중상류일부를 제외한 못 전역에 퍼진 걸 보면서 연의 끊질긴 생명력과 전파력을 실감한 바 있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은 연의 확장력을 두고 한 말인 듯 합니다. ㅋ~
 
 
연은 물과 진흙 속에서 자라면서도 물에 젖지 않고 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서, 세속을 초월한 듯한 청아함과 고결한 모습으로 인해 '화중군자'라고 한다고 합니다. 연꽃을 보니 수련이란 소설이 생각납니다.
물론, 연과 수련은 차이가 납니다만......

 
 
 
제가 고2때 이미 책걸이도 하고 학년이 거의 끝날 무렵이라  낚시를 즐기시던 국어스승님은 수업시간에 단편소설 몇 편을 읽어주셨는데 맨 처음 읽어주신 게 바로 오영수님의 수련이였습니다. 오영수님이 1979년에 타계하셨으니까 이 때는 아직 생존해 계셨던 때였을 겁니다. 
 
 
지금은 낚시소설하면 구조오작위 수필을 쓴 이외수님의 황금비늘을 떠올리겠지만 제 기억속의 낚시소설은 오영수님의 수련이 오롯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낚시를 즐겼던 오영수님은 울산출신으로 대표작은 갯마을이고 낚시관련 소설로 장자늪과 수련이 있는 걸로 압니다.
 
 
당시엔 책도 귀하고 책값도 비싼 시절일 뿐만 아니라 공부가 우선일 시기였으므로 소설책을 접할 수 있는 게 쉬운 게 아니여서 우리는 정규수업보다 더 귀기우려 경청했었고 소설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때론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간혹 안타까워 하면서 소설속으로 빠져 들었습니다.
3회 걸쳐서 나누어 읽으셨는데 스승님은 꼭 결정적일 때 끊어셔서 우리의 궁금증을 부채질하였고 우린 더 읽어 달라고 떼를 쓴 기억이 나네요.
 
 
 
어렴풋히 줄거리를 떠올리면 B라는 주인공이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장자늪 부근의 뱀못에 낚시가서 한 여인을 만나고 그 후 둘은 주말마다 뱀못에서 만나 낚시를 하면서 통성명을 하고 사는 곳과 살아온 삶을 이해하면서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건너편에서 낚시하던 젊은 여인이 낚시바늘이 등에 꽂혀 빼달라고 다가오고 바늘을 빼주면서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둘의 인연이 시작되는 걸로 스토리가 전개되었습니다.
 
 
그들이 낚시하는 뱀못에는 수련이 많이 피어 있었고 주인공인 B는 정옥에게 수련은 꽃이 홍백 두 종류인데, 낮에는 폈다가 밤에는 꽃잎을 닫고 잠을 자기 때문에 수련이라고 전해 온다는 수련이야기를 했답니다. “자는 년!” 흠! 꼭 욕 같네요.
그리고, 낚시하면서 나누는 정담중 정옥이 걸면 “그 붕어는 숫넘일 겁니다!”  반대로 B가 낚으면 "지금 낚은 건 암넘일 거예요."라고 하던 기억이 나는데 오래되어서 가물가물합니다. 
 
 
그러다 추운 겨울이 오고 그들의 낚시테이트는 종료되고 이듬해 낚시시즌이 돌아와 뱀못을 찾았으나 정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한 B는 정옥이와 만날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수련이 지고 피기를 몇차례 반복했음에도 주말이면 뱀못에서 낚시를 하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지금도 B는  여름이면 뱀못에서 화사하게 핀 수련사이로 낚시를 드리우고 정옥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사나이의 순애보 같은 소설인데 당시에는 아주 재미나게 경청했었고,  나중에 다시 소설을 읽어 보았는데 역시나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낚시를 좋아하는데 일조한 소설일 겁니다.

 
오늘은 짬낚답게 4대만 깔아 봅니다. 수심이 1m가 되지 않네요.
 
 
 
찌가 쭈욱 오르다가 잠기길래 챔질하니 손맛과 무게감이 전혀 없는데 잔챙이 한마리가 파르르 떨면서 올라 옵니다.
 
 
잔챙이도 많지는 않은가 봅니다. 어쩌다 입질이 와서 땡기면 물렸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눈만 붙은 붕애가 대롱거립니다.
 
 
배수기 못낚시는 말뚝 아니면 잔챙이 파티일 공산이 크니  배수기엔 강이나 수로낚시가 맞나 봅니다.
 
 
제방의 석축 하단이 드러났으니 사수위가 맞겠지요.
 
 
잔챙이 몇 수 하고나서 준비해 간  저녁을 먹는데 지인의 한꼬뿌하자는  전화가 옵니다.
 

 
 
낚시여건만 좋았으면 많이 갈등했을 텐데 바로 콜~! 들어 갔네요. 에휴~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김정수님의 댓글

김정수 작성일

낮은 수심임에도...밤낚시 조용하게하면 덩어리 올라

올법한 분위기인데요...강릉은 연밭포인트가없는게

아쉽습니다...연꽃을 바라보다보면 눈의 피로도 풀릴듯한데말이죠...

한고뿌가 철수를 서둘렀군요 ㅎㅎ 다음엔 멋진 붕어 만남하세요

윤기언님의 댓글

윤기언 작성일

감사합니다. 즐낚하시고 멋진 조행기 기다립니다.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갈수기라  다들 고생하시 것 같습니다.
연꽃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다음엔 대박하시길 바랍니다.

윤기언님의 댓글

윤기언 댓글의 댓글 작성일

이젠 장마도 시작되고 태풍소식도 있어 곧 해갈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즐낚하세요.